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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읽는 법, 나무가 품고 있는 지난 100년의 기록을 확인하는 방법

초록후니쌤·

산책하다 이런 거 본 적 있으세요?

동네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베어진 나무 그루터기를 만날 때가 있죠? 아니면 등산로 옆에 굴러다니는 통나무 단면을 유심히 본 적 있으신가요? 둥글둥글한 무늬가 겹겹이 쌓여 있는 걸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나무는 도대체 몇 살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거든요. 저도 수목 관리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선배님이 그루터기만 보고도 수령을 척척 맞히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ㅎㅎ

Pile of wood Rüti bei Büren
Pile of wood Rüti bei Büren | 출처: Gestumblindi | Wikimedia Commons (CC BY 3.0)

🌿포인트
항목설명
그루터기나무를 베어내고 남은 밑동으로 나이테를 관찰하기 가장 좋은 장소예요
통나무 단면목재상이나 캠핑장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결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가로수 전정가끔 가지를 칠 때 잘려 나간 단면에서도 나이테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사실 나이테를 읽는다는 건 나무가 살아온 인생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아요. 날씨가 좋았던 해는 나이테가 넓고, 가뭄이 들거나 환경이 척박했던 해는 나이테가 좁게 형성되거든요. 이게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자연이 나무라는 캔버스에 기록해 놓은 일기장인 셈이죠.

눈에 보이는 특징 정리

나무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밝은 색 부분과 어두운 색 부분이 띠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걸 춘재(early wood)추재(late wood)라고 불러요. 춘재는 봄철에 나무가 활발하게 성장하면서 세포가 크고 벽이 얇게 만들어진 부분이라 색이 밝고 부드러워요. 반면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성장이 더뎌지면 세포벽이 두꺼워지고 촘촘해지는데, 이게 바로 추재라서 색이 어둡고 단단하죠.

Wood sorrel after rain
Wood sorrel after rain | 출처: W.carter | Wikimedia Commons (CC0)

현장에서 나무를 진단할 때 이 나이테 간격만 봐도 이 나무가 최근 몇 년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니면 아주 건강하게 잘 자랐는지 대략적인 진단이 가능해요. 주의할 점은 나이테가 좁다고 해서 무조건 나무가 아픈 건 아니라는 거예요. 원래 성장이 느린 수종도 있으니까요.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핵심 정리
구분특징시기
춘재색이 밝고 세포가 큼봄철 성장기
추재색이 어둡고 세포가 작음여름~가을
나이테춘재와 추재가 한 쌍을 이루는 띠1년의 기록


가끔 나이테가 아주 뚜렷하지 않은 나무들도 있어요.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사계절 내내 성장을 계속하니까 나이테가 거의 없거나 구분하기가 아주 힘들거든요. 우리가 흔히 보는 소나무(Pinus densiflora) 같은 침엽수는 나이테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지만, 활엽수는 수종에 따라 결이 천차만별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오래된 참나무를 다룰 때면 나이테가 너무 촘촘해서 돋보기가 없으면 세기가 정말 힘들 때도 있어요. ㅠㅠ

Beech Forest (AU), Great Otway National Park, Beauchamp Falls -- 2019 -- 1271
Beech Forest (AU), Great Otway National Park, Beauchamp Falls -- 2019 -- 1271 | 출처: Dietmar Rabic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 다른 것들

나이테를 세다 보면 가끔 '어? 이건 왜 이렇게 생겼지?' 싶은 부분들이 있어요. 바로 위나이테(false ring) 때문인데요. 갑자기 가뭄이 들거나 서리가 내려서 나무가 일시적으로 성장을 멈췄다가 다시 자라날 때 생기는 무늬예요. 언뜻 보면 1년이 지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경계가 희미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좁은 경우가 많죠. 이걸 진짜 나이테로 착각하면 나무 나이를 잘못 계산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헷갈리는 건 심재(heartwood)변재(sapwood)의 구분이에요. 나무 단면의 중심부는 색이 짙고 딱딱한데, 이건 나무가 죽은 세포들로 채워져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심재예요. 반면 겉부분의 밝은 색은 물과 양분이 지나가는 통로인 변재죠. 나이테는 이 두 영역을 통틀어 나타나지만, 심재 쪽으로 갈수록 무늬가 압축되어 보여서 나이테 세기가 까다로워요.

⚖️비교 분석
명칭구분 방법
위나이테춘재와 추재의 경계가 흐릿하고 폭이 불규칙함
심재중심부의 짙은 색 부분, 죽은 세포로 구성됨
변재가장자리의 밝은 색 부분, 수분 이동이 활발함


Epping Forest High Beach Essex England - rotting fallen tree trunk
Epping Forest High Beach Essex England - rotting fallen tree trunk | 출처: Acabashi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에는 위나이테와 진짜 나이테를 구분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예전에 현장에서 수령을 조사하다가 위나이테를 진짜 나이테로 세어서 나무 나이를 10년이나 더 크게 잡은 적이 있었거든요. 선배님께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 여러분은 저처럼 실수하지 마세요!

계절별로 어떻게 변하는지

나무는 계절마다 자기만의 속도로 나이테를 그립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나무들이 영양분을 뿜어내며 세포 분열을 시작해요. 이때 만들어지는 춘재는 나무의 '키'를 키우는 역할을 하죠. 그러다가 여름 장마가 지나고 늦여름이 되면 나무는 내실을 다지기 시작합니다. 단단한 추재를 만들어 다가올 겨울의 추위를 견딜 준비를 하는 거죠.

현장에서 수목 관리를 하다 보면 가뭄이 심했던 해의 나이테는 눈에 띄게 좁아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걸 '가뭄 기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그 해의 기상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나이테라는 글자로 기록해두는 거죠. 와 진짜 자연은 위대하지 않나요?

Haltern am See, Naturpark Hohe Mark -- 2018 -- 1305
Haltern am See, Naturpark Hohe Mark -- 2018 -- 1305 | 출처: Dietmar Rabic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포인트
계절나무의 행동나이테의 변화
왕성한 세포 분열밝은 색의 넓은 춘재 형성
여름수분 흡수 및 광합성춘재가 이어짐
가을성장 둔화 및 세포벽 강화어두운 색의 좁은 추재 형성
겨울휴면기성장이 멈춤


가끔 곤충이 나무를 갉아먹거나 병원균이 침입해도 나이테에 흔적이 남아요. 상처 입은 부위가 아물면서 생기는 이상 비대 생장 같은 건데, 나이테가 굽어 있거나 검은 점이 박혀 있는 경우도 있죠. 나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훈장 같은 거랄까요?

다음에 밖에 나가면 찾아보세요!

이제 나무 그루터기를 보시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한번 손가락으로 짚어보세요. 중심에서부터 밖으로 하나씩 세어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아, 물론 너무 촘촘해서 안 보이는 건 억지로 세지 마세요. 눈 나빠져요. ㅎㅎ

Haltern am See, Naturpark Hohe Mark -- 2018 -- 1308
Haltern am See, Naturpark Hohe Mark -- 2018 -- 1308 | 출처: Dietmar Rabich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그리고 나이테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나무도 가끔 보일 거예요. 이건 나무가 언덕에 서 있어서 한쪽으로만 더 많이 자랐거나, 햇빛을 한쪽에서만 받아서 생긴 현상입니다. 이걸 편심 생장이라고 하는데요. 나무가 생존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핵심 정리
관찰 대상확인해야 할 점
나이테 간격환경이 좋았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확인
중심 위치나무가 수직으로 자랐는지, 기울었는지 확인
색깔 변화춘재와 추재의 뚜렷함 정도 확인
상처 부위과거에 병해충이나 물리적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
수종별 특징침엽수와 활엽수의 무늬 차이 비교


다음에 산에 가시거나 공원에 가시면 꼭 한번 확인해보세요. 나무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그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이테라는 책에 담아두고 있답니다. 오늘 제 이야기가 여러분의 산책길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에 또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시고요. 다들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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